어젯밤 가까운 가족들이 모여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기일을 기렸다.
제사를 모시는 우리들의 오랜 전통이 어느덧 그 옛날 우리네 삶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
나가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90이 넘은 어머니 말씀이 내년부터는 모든 기일 제사를 한 번으로 하여 절에서 모시도록
하라는 취지이시다.
간단히 한 줄로 끝나는 이 한마디 말씀이 내게는 파란만장한 어머니 인생의 희로애락 전부가 녹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단 우리 어머니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동 세대의 어른들이 느낄 것이며 또 그 연장선상에서 바로 아랫세대인 우리도 느끼는 바대로 급격히 사라지고 무너지는 전통사회의 모습 중 대표적인 제사 모시기의 현주소이다.
잊혀져 가는 옛 전통이 아쉬운가.
힘들어 하는 내 마누라이며 며느리들의 말없는 푸념에 귀를 기우릴 수밖에 없어서인가.
며느리들은 입이 있어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결코 앞서서 솔직한 마음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들들인들 입과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
전통문화지도사로서 그 입지를 다지고자 하는 나로서는 지극히 민감하게 이러한 현실을 직시
하고자 한다.
지난 대략 60년간 즉, 한 갑자의 기간 동안 우리 주변에 일어난 이 엄청난 변화를 어떤 시선
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심도 있게 시간을 가지고 혜량하여 보기로 한다.
그런 주제를 가지고 계속 생각하겠지만 오늘은 여기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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