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가 촌장으로 있는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을 1박2일로 다녀 왔다.
마음 속 한 구석에는 비가 많이 오는 한여름이지만 설명할 수 없는 부처님의 가피에
힘입어 시골 하늘의 쏟아지는 별들을 보는 환희를 체험하고 싶었다.
그러나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말이 새삼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하필이면
그많은 날들 놔두고 왜라고 하는 결과가 되어 버렸으니 무심하시기도 하셔라.
그 앞날도 그 뒷날도 더없이 맑은 날씨였는데.....
여하튼 기대 이상으로 많이 즐길 수 있어 고맙기도 하고 이 나이에 어울리는
명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느낌을 가지고 귀가할 수 있었다.
7년이 흘렀다고 한다. 짧지 않은 연륜이 쌓이고 쌓여 모든 것이 여유가 되었나보다.
슬로우 시티란 이런 곳을 말하겠지.
첫경험인 우리 부부는 그래도 분망하다. 체험이란 미명하에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둘러 보고 느껴 보고, 좀처럼 가져 보지 못한 기회를 행여 놓칠까 프로그램 하나하나
빠트리지 않고 참가한다. 무언가 꼬투리를 잡고 혹시나 또 한 번의 무료 체험 기회가
주어질까 기대하는 사람들처럼.
설문지도 열심히 적는다. 그리고 문항 중 하나, 다시 한 번 더 방문하실 의향이 있느냐
하는 곳에 펜을 꼬~옥 눌러 '있다'는 곳에 힘을 주어 동그라미를 친다.
정말 우리 취향에는 맞는 곳이라 기회가 되면 다시 오고 싶다. 그리고는 이 번처럼
열심히 좇아다니지 않고 가만히 고요를 즐기다가 갈 것이다.
선마을의 특징이자 자랑인 건강 식단을 살펴 보자. 비전문가의 눈에도 성큼 들어오는 특이함이 있다. 맵고 짠 맛은 저멀리 가라고 선언한다. 정갈함은 기본이지만 육류는 아예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밥은 아예 현미로 통일되었나보다 세끼 모두 그러한 걸 보니까. 국은 족보에서 빠져 있다. 평소 집에서는 반드시 있는 식단인데도 여기 와서 보니 평생의 습관이 잘못이지 않았나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비단 이것만이 그러한 건 아니지만.
피톤치드 zone 이라고 적힌 패말이 새삼 싱싱한 공기를 간직하게 해 준다. 감~사.
이시형 박사께서 그림도 그리신다고 들었는데 처음 접한다. 담담하게 여백을 많이 가져 가는 것이 선마을 취향과 닮아 좋다.
선마을 커피는 값이 두 가지다. 이천원 커피 와 삼천원 커피. 싼 걸루 주문했는데 마침 이천원 커피 기계가 청소중이라며 삼천원 커피를 건네준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맛있다.
방안에서 본 바깥 풍경이 아무래도 낯설다. 좋은 의미로. 그동안 다녀 본 곳이 적지는 않은데 이런 풍경은 이제껏 기억에 없다. 큼지막한 유리창에 비친 먼산들의 마루금들이 더욱추억을 간직하게 하여 준다.
사색길, 해오름길, 숙면길, 능선길, 정상길 등등 이름도 가지가지다. 마루금을 좇아 서둘러 정상에 오르기에 숙달되어 있는 나는 애써 마루금길과 정상길을 피하고 이 번만은 느릿느릿 사색길을 택해 본다. 아무리 천천히 가도 금새 끝날 정도로 아담한 길이지만 여보와 단둘이 걷는 길이 새록새록 추억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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